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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CCTV - 카메라로 바라보는 공포스러운 일상들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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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71회 작성일 24-05-0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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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K POP STAR에서 유희열이 이진아의 노래를 들으며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 노래 안 듣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국 가요는 들을 것이 없다고 했다고.. 유희열은 이진아를 보며 우리가 들을 것이 없던 것이 아니라 찾아듣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 CCTV를 볼 때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CCTV의 시선을 따라 비치는 사람들의 일상. INJO 작가의 작품을 보면 그 누구보다도 어두운 사회의 단면을 다양하게 바라보는 작가라 생각된다.

 

매화 다른 주제의 에피소드를 보고 있으면 주제의 다양성에 알지 못 했던 인간의 순수한 악 그 자체에 대해서 또 순수한 선에 대해서 그리고 그 선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회 구조와 그에 따른 현상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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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수상한 남자' 편에서는 아이들의 순수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가장 순수하기 때문에 가장 악할 수도 있다는 어린아이들. 바바리맨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대에게 심한 트라우마를 줄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나쁜 사람을 물리쳐야 한다는 정의감에 무기를 들고 바바리맨을 공격했다. 순수하다는 게 무서울 때가 이런 때가 아닌가 싶다. 세상은 나쁜 사람과 착한 사람만 있다는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오죽하면 아이들 보는 만화도 대부분 나쁜 악당을 물리치고 착한 사람은 승리한다는 내용 아닌가. 이런 이분법은 우리가 나이를 먹고 나서도 히어로 만화에 자주 등장하긴 하지만. 어른을 상대로 나오는 히어로 만화들은 오히려 악당과 영웅의 좀 더 복잡한 심리 상태를 다루고 있고 우리도 그 악당들이 악당이 될 수 없었던 이유를 공감하고 되레 악당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나이 들고 보면 고길동보다 둘리가 더 나쁜 놈 같지 않던가.

 

개인적으로는 헨젤과 그레텔이 생각나기도 하는 에피소드다. 과자로 만든 집의 주인 마녀 할멈은 헨젤을 잡아먹기 위해 그레텔을 시켜 통통하게 살을 찌웠지만 결국 헨젤과 그레텔은 아궁이 속으로 마녀를 밀어 넣어 불에 타 죽게 만들고 금은보화를 챙겨 집으로 돌아왔지 않던가. 생각하면 할수록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동화다. 잘못한 사람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맞아 죽어도 싸다는 아이들의 흑백논리는 무언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에피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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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다시 다룬 11화 ‘용왕님이 너 오래'는 동화에 환장하는 필자로서는 개인적으로 제일 좋은 화였다. 어렸을 적 우리 기억 속의 토끼와 거북이. 거북이는 충성스럽고 믿음직스러운 캐릭터, 토끼가 꾀가 많고 영리하지만 약삭빠른 기회주의자로 인식을 한 게 보통이었을 것이다. 사실 어렸을 때 읽은 동화들은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경우가 많다. 브레인 워시의 대표적인 케이스인 동화들. 얼마나 많은 동화들 속에 우리가 이런 식으로 세뇌되어 있는 걸까?

 

11화에서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서는 거북이가 권력자가 시키는 대로 다하는 현대인의 모습 같기도 하다. 모든 죄가 자신이 직접적으로 의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은 선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케이스처럼. 하지만 죄는 일을 직접적으로 실행한 사람에게 묻는다. 적어도 우리 사회의 법은 그렇다. 윗선에 책임을 묻지 않는 것. 토끼는 적어도 자신을 (혹은 자신의 신념이라고 봐도 되겠다.)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토끼는 계속 죽지만 내일 그 자리에 가면 얼마든지 그 토끼를 대신할 토끼가 있다. 이 대목도 우리의 삶이 권력자들 앞에서는 그저 부품에 가까운 일회성에 지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자신의 의지 없이 사는 삶을 살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만 자신은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북이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노력하지만 결국 잡아먹히는 토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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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11화와 연결되는 것이 17화 ‘로드킬'이라고 생각된다. 로드킬. 도로 위에서 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을 뜻하는 말. 보통은 어쩔 수 없는 죽음이라는 게 보편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체의 죽음에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이 있을 수가 있을까.. 토끼와 거북이가 도로를 뛰어간다. 서로 죽이려고 혹은 도망치려고 뛰어가던 그 둘은 결국 트럭에 치여 죽게 된다. 강자가 약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들은 그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르고 개개인의 삶을 사는 것 같지만 그 개개인의 삶은 체인처럼 모두 연결되어 있다. 누군가는 그 먹이 사슬 최하위에 있고 상대방보다 조금 우위에 있다 생각했던 사람도 결국 누군가에게 짓밟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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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편리를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은 참 가엾다. 하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전방 사슴 주의 같은 푯말을 세워 놓는 것뿐.. 이 푯말은 그들의 비석을 대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찾는 이 하나 없고, 더 많은 동물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세워졌지만 지키는 이 하나 없다는 걸 표지판의 핏자국이 말해준다. 먹이 사슬 최하층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식의 의미 없는 법을 만들어놓고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도덕을 요구하는 것도 우스울 뿐이다. 결국엔 11화에서 윗선에서 시켜서 사람을 죽인다는 죄책감 없이 토끼를 죽이던 거북이도, 도로에 서 있었기 때문에 죽였다는 운전자들도 다를 것이 하나 없어 보인다. 더 큰 야망을 위해 희생되어간 사람들.. 인간의 편리를 위해 희생되어간 동물들.. 오늘도 먹이사슬 최상층들의 체스판 위에 놀아나는, 놀아나길 바라는 거북이 같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로드킬에 희생되어가는 먹이사슬 최하위의 생명들도 있을 것이다.

 

단편적이지만 다양한 해석과 결론이 나올 수 있는 INJO 작가의 CCTV는 우리가 찾지 않았던, 혹은 외면하고 싶었던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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