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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마음에 돌멩이가 자리를 잡아버린 사람들을 위한 위로, <드로잉 레시피>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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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82회 작성일 24-05-2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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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이렇게 사는 게 힘든데, 미래라는 것이 보이지 않고 어두움의 연속인데 사람들은 참 밝고 예쁘게 살아가는구나. 특히나 나와 나이나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을 보면 더욱 마음 한 켠이 쓰렸다. 왜 저 사람들은 나랑 나이도 같은데 저렇게 밝게 웃을까. 왜 나는 웃지 못할까. 어쩌다 내가 질투했던 사람들이 속에 담겨있던 힘듦을 어렵게 밝혔을 때의 놀람을 잊지 못한다. 모두 저마다의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구나. 그늘이 없는 사람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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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은수. 은수는 한국대 미술과라는 좋은 학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퇴를 한 뒤에 미술 학원에서 아이들을 봐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엄마가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은수를 찾아온다. 엄마는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에도 석촌이라는, 엄마가 주인이었던 그곳으로 가달라고 부탁한다. 은수는 외진 석촌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차마 엄마의 마지막 소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게 혼자가 된 은수는 슬픔을 가득 안고 석촌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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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가까운 이름. 너무 익숙한 이름. 은수에게는 엄마가 유일한 가족이었다. 어릴 적부터 엄마와 찰싹 붙어 지내던 은수는 엄마와 함께 그림을 그리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은수의 그림은 엄마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평화롭고 따뜻했던 추억처럼 나이 들지 않고 엄마와 계속 행복하게 산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행복한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둥지에 붙어 엄마가 주는 먹이를 먹다가도 어느새 자라면 둥지를 떠나버리는 새처럼 인간 역시 언젠가는 부모님을 떠난다. 한없이 엄마와 함께하던 은수였지만 엄마가 터를 잡았던 석촌에 돌아오니 모든 것이 새로웠다. 엄마의 취향이 이런 것이었구나. 엄마가 떠난 뒤에야 엄마의 취향을 올곧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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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는 감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먹으려고 들여다보면 금방 독이 든 싹을 피워내서 먹지 못하게 하는 감자가 싫었다. 하지만 그런 감자가 자신 같다고 표현한다. 은수는 생각을, 걱정을 하고 싶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감자의 싹처럼 피어올라 힘들다. 나 역시 그런 기분을 종종 느낀다. 분명히 이 몸의 주인도, 머리의 주인도 나인데 생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멈추려고 해도 계속해서 이어가고 그 속에서 불안감이 피어올라 속이 꼬이고 나를 자책하게 되고. 우리는 왜 우리의 것을 멈추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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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를 키우며 그림을 그리던 엄마는 언젠가부터 그림 대신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어릴 적 은수는 엄마의 변화를 변덕 정도로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그 변화는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자신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지지도 않고, 기름 냄새를 풍기는 엄마가 싫었던 은수. 어린 마음에 그런 엄마가 싫다고 말하지만, 엄마는 다른 시선으로 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요리 역시 젓가락으로 그려내는 엄마의 그림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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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소원을 들어주었지만 슬픔을 이겨내지 못한 은수. 밤마다 엄마 생각에 눈물을 흘리던 은수는 이웃 할머니에게 질문을 내민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이 익숙해지냐는 질문에 할머니는 고개를 젓는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의 경험으로는 모든 게 괜찮아지지 않는다고. 그렇지만 너무 슬퍼는 말라고 덧붙인다. 나이 들면 느는 것은 있을 테니. 할머니는 막연한 조언 대신에 햇볕 좋은 곳에 있는 자신의 해먹을 내어준다. 때로는 장황한 말보다 간단한 것들이 일을 해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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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외롭다고 한다. 아무렇지 않게 당당해 보여도 모두 외로움을 가지고 산다고.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하는 말에 나는 너무 슬펐다. 내가 가진 슬픔을 저 사람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내 아픔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아픔이 당연해진 사회는, 사람은 어디서부터 잘 못된 것일까. 이 아픔에서 스스로 벗어날 방법을 우리는 찾을 수 없을까. 은수는 무언가 포기한 것처럼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 같아 보이면서도 그 안에서 엄마의 말을 되새기고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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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 역시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은수의 엄마는 은수에게 조언을 하나 했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말이다. 은수는 그걸 알게 된 이후로는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 사람의 감정을 알게 되니 말이다. 학생의 그림을 통해 학생의 외로움을 알게 된 은수가 애써 고개를 돌리는 장면에서 왜 그래야만 했는지를 알 것 같아 가슴 한 켠이 아렸다. 사회에 처음 나와 일을 시작했을 시절에 나는 사람들의 마음과 감정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은수처럼 말이다. 그렇게 우리가 서로를 돕고, 기대고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이 어려운 운명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사회가 아무리 차갑다고 해도 함께한다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서서히 눈을 감기 시작했다. 내 자신도 감당하기 어려웠던 나는 그렇게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은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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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는 어릴 적에 도화지 한 장을 다 칠하기 어려워했던 경험이 있다. 모서리까지 꼼꼼히 칠하고 싶었지만 그러다가 밖으로 넘어갈까 봐 걱정하는 은수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넘어가지 않으려고 애쓰니까 그런 거야. 그러니까 네가 그릴 영역이 줄어들잖아. 좀 넘어가면 어때. 네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려야지. 네 그림인데. 그냥 넘어가. 겁내지 말고.” 나처럼 마음에 돌멩이가 제멋대로 자리를 잡아 마음이 무거운 사람에게,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이 웹툰을 꼭 알려주고 싶다. 이 웹툰을 본다고 해도 아픔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쉴 수 있는 시간 정도를 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네이버 웹툰, <드로잉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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